“ 아버지께서도 그러시던 걸요. 다 저를 위한 일이라고. ”
르네 니나 하예크
Renée Nina Háj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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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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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cm / 56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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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제국령 보헤미아 왕국
제 2사회
✒️ 외형
부스스하게 내려오는 앞머리와, 허리를 덮는 길고 곱슬 거리는 검은 머리칼. 워낙 숱이 많고 풍성해 반절을 두 갈래로 땋은 후 월계관이 자수 놓여진 잿빛 비단 리본으로 묶어냈다. 햇빛이 비칠 때면 진한 갈색으로 보이기도 한다. 풍성한 속눈썹을 가진 눈은 진한 노란색의 눈동자와 함께 단연 가장 돋보인다.
날렵하게 올라간 눈꼬리를 가진 미인. 그러나 평소 멍하니 공상에 빠져있거나, 무언가를 관찰하는 듯 한 곳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얼굴을 보일 때가 많다. 그럼에도 눈이 마주친다면 그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서로를 뚫어져라 응시할 때, 딱히 위협적인 표정을 짓고 있지 않은데도 조금 눌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와 비롯해 시비도 자주 걸려본 듯하다.
입학 후 키가 5cm가량 자랐지만 체형은 크게 변하지 않아 블라우스만 넉넉한 품으로 교체했을 뿐, 스커트는 그대로 입고 다닌다.
런 탓에 발목에서 조금 더 올라온 길이가 되어버렸다. 수녀님들이 타박을 주지만, 찢어지지 않는 이상 졸업 때까지 그대로 입고 다닐 생각이다.
✒️ 성격
자유로운 / 흥미로 가득 찬 / 눈치 빠른
얽매이기를 싫어한다. 하고 싶은 일은 어떤 식으로든 해야 직성이 풀린다. 허나 숙녀의 몸으로 기숙 생활을 하고 있으니, 그 한계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니 작은 세계에서 나마 어떻게든 최대한의 자유를 누리려 든다. 언제나 사소한 새로움을 찾으려 애쓴다.
호기심이 많다. 먼저 다가가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다. 어떤 것이든 흥미로운 일이 생기면 발 빠르게 알아낸다. 칭찬을 자주한다. 무언가를 계산하고 뱉는 말은 아니다. 그냥 솔직한 것뿐이다. 간혹 지나치게 수다스러워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타인의 말을 들어주기를 좋아하며, 잘한다. 입이 꽤 무거워 비밀과 가십을 털어놓는 친구들이 많다.
그 애가 만난지 이틀밖에 안 된 군인과 결혼을 약속했대. 너한테만 말해주는 거야. 오직 너한테만…
다소 충동적이기는 하지만 선은 넘지 않는다. 적당히 몸을 사리는 한에서 할 말을 다 하려든다. 금을 밟는 듯 마는 듯 하다가 분위기를 금새 잡아채고는 먼저 아량 넓은 태도를 보이거나, 사과를 해버리니 오히려 상대가 더 달아오를 때가 많다. 르네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꽤 있지만, 본인은 상관 없다는 듯 신경 쓰지 않는다.
어쩔 때는 또 아주 정숙해보인다. 머리를 가지런히 땋아 올린다던가, 손을 모으고 서있는다던가. 절대로 큰 목소리로 빠르게 말하지 않는다던가. 이런 모습은 주로 선생님이나 수녀님에게 된통 깨진 날 나타난다. 하지만 아이가 변했다기보다는 언제나 그런 모습을 흉내내는 것에 그친다. 며칠 후면 다시 되돌아온다. 르네는 타인이 어떤 말과 행동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모든 ‘경박한’, ‘버릇 없는’ 행동들은 분명 고의에 의한 것이다. 호의 역시도 마찬가지다.
밤에 멍하니 하늘을 바라 볼 때면, 간혹 어떤 표정을 짓고는 한다.
누군가의 앞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낸 적은 없지만, 창문에 비친 얼굴을 본 아이들이 몇몇 있다. 그건 아주…
✒️ 기타
- 남쪽의 도시, 카플리체에 터를 잡은 하예크 가문의 막내 딸. 나름의 ‘상류 사회’에 속하게 된 것은 할아버지의 대에서 시작된 일이다. 25년 전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철강 공장이 점점 확장 되면서 큰 성공을 이뤄 자본가가 되었다. 신흥 엘리트 집단에 발을 올리자, 이후 주변 도시의 직물 공장 자본가의 둘째 딸- 즉 어머니와 아버지가 혼인을 하여 재산의 몸집을 불려나갔다.
- 언니는 역시 비슷한 혼담으로 짝을 이뤘고, 오빠도 1년 후 결혼식을 올린다. 본인은 졸업 후 바로 사교계에 데뷔할 예정이다. (라고, 아버지께서 자주 말씀 하셨다.)
- 위로 6살 터울의 언니와 4살 터울의 오빠가 있다. 언니와는 사이가 나름 괜찮은 편이지만, 항상 약간의 동정과 조소가 섞인 눈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그마저 오빠와는 말도 잘 섞지 않는다.
- 학교에 입학한 이후 언니가 몇 번 간단한 선물을 보낸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가족들에게 카드조차 온 적도 없다. 오직 용돈이 담신 봉투만이 주기적으로 도착할 뿐이다. 그러나 다른 아이들이 가족들에게 온 선물을 뜯으며 기뻐하는 걸 보아도 별 생각이 없는 듯하다.
- 선생님이나 수녀님들에게 야단을 맞을 때 ‘다 너를 위한 거다.’라는 말이 나오면 다소 건조한 투로, 매번 ‘아버지께서도 그러시던 걸요. 다 저를 위한 일이라고.’라며 답한다. ‘알면 잘해야지!’라는 답변이 돌아올 경우, 알겠다며 고개를 숙이다가 뒤돌아서서 몇 번 눈을 굴리는 식이다.
- 미스테리와 스릴러 소설 애호가. 침대 근처에 책을 몇 권이고 쌓아두며 읽는다. 자신도 글을 쓰는 듯하다. 간혹 다른 이들에게 보여줄 때도 있다. 신경 안 쓰는 척하면서도 은근히 평가를 기대하는 모습이 꽤나 우습다. 교양서라고 칭해지는 것들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잡지에 실린 ‘격 떨어지는’ 펄프 소설들. 온갖 난해하고, 숙녀에게는 지나치게 불경한 것들.
- 손재주가 썩 나쁘지 않다. 제법 괜찮은 자수 놓거나 그림을 그리고는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다른 이의 머리칼을 만져줄 때 그 솜씨가 드러난다. 막상 본인은 귀찮다며 화려한 머리를 잘 하지 않는다.
- 학교 주변을 돌아다니는 걸 좋아한다. 괜히 학교의 구석구석도 쑤셔보고 다니고는 한다. 그 이유를 물으면, ‘갇혀 있는 느낌이 드는 게 싫어서. 그리고 난 낯섦을 즐기거든.’이라 답한다. 그런 이유로 몰래 밤 산책을 자주 나가는 편이다. 같은 곳을 걷더라도 다르게 느껴지니까. 들짐승에게 물려갈까봐 멀리 나가지는 못한다.
- 주전부리를 자주 나눠준다. 함께 먹어주면 더 좋다. 다만 고상한 다과회가 아닌, 대충 널부러져 앉아서 우적 거리는 것을 선호한다. 그렇기에 간식을 먹다가 걸리면 에마에게 자주 혼나고는 한다. 앉은 자리에서 쿠키 한 박스를 모조리 먹어치워버릴 때도 있다.
- 본인은 흔히 말하는 ‘왈가닥’의 종류에 속해있지만, 정숙한 숙녀의 길을 걷고 있는 아이들과도 잘 어울린다. 실은 꽤나 좋아한다. 그 애의 드레스를 골라준다던가, 머리를 빗은 후 화려하게 묶어준다던가, 남편될 사람의 자랑을 들어준다던가 같은 일 말이다. 그렇기에 전혀 관심이 없을 듯한 쇼핑도 곧잘 따라나서 준다. 자신을 꾸며줘도 괜찮겠다는 말에도 언제나 마음대로 하라는 대답을 한다.
그래서인지 기숙사장인 파울라와도 친하다. 파울라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 애의 머리를 만져주고, 파울라가 거절하지 않는다면 간식도 나눠준다. 그러면 파울라가 르네의 밤 산책이나 간식을 먹는 것을 슬쩍 눈감아 주는 식이다.
- 가장 신나서 기다리는 수업은 문학, 그 다음으로는 댄스다. 춤을 잘 추지는 못 한다. 몸을 움직인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