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날에는.. 산딸기 케이크를 먹지않으면 안되는 걸요. ”
피아 마리아 폰 카라얀
Pia Maria von Kara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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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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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cm / 49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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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제국령 오버외스터라이히 대공국
제 1사회
커미션: @JOYDOYJOY
✒️ 외형
부드럽게 굽이쳐 내려오는 밝은 갈빛 머리칼이 허리춤에 닿는다. 마찬가지로 곱슬거리는 풍성한 앞머리는 숱 많은 눈썹과 반듯한 이마를 덮고 있다. 옆머리를 한 줌씩 땋아 뒤통수 부근에 모아 묶었으며, 이를 작은 꽃으로 장식하는 것을 아침의 즐거움으로 여긴다.
홍채는 티없이 맑고 얕은 바다를 연상케 하는 에메랄드빛 블루. 웃을 때면 보조개가 들어가는 천진한 얼굴을 만들고 표정을 짓지 않을 때조차 꼭 다문 입매가 매끄럽게 올라가 미소를 그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한눈에 띄는 화려한 미인은 아니나, 그가 한 손에 제 뺨을 받친 채 수줍게 웃으면 황제께서도 돌아보실 것이라는 말이 있다.
✒️ 성격
구김살 없는 아가씨 / 다정한 요조숙녀 / 수완 좋은 내숭쟁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떠한 악덕일지라도 부드러운 햇살과 도나우강의 물거품을 모아 빚은 이 아가씨에게 닿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성 헤드비히의 교문을 지나던 날, 열 네살의 소녀를 자랑스레 내어 놓으며 유모가 고한 말이다. 오스트리아 북부의 이름높은 집안, 그보다도 잘났다는 외가를 등에 업고도 소녀의 낯에는 도도한 기색이 없다. 하녀 아이가 제 무릎에 우유를 쏟아도, 아끼던 구두가 망가져도 고운 얼굴이 구겨지는 것을 목격한 이는 없었다고 한다.
그가 어느 가난한 농가의 딸이었다면 쏟아진 우유를 보고 너스레나 호들갑을 떨었을지도 모른다. 망가진 구두코를 집어들고 한탄을 토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는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운 바가 없다. 피아 마리아는 그림처럼 조용히 웃으며 상대를 바라보고 청하는 법 만을 알았다. “ 우유가 더 필요하겠어요. ”, “ 새 구두가 있어야겠네요. “ 분노와 슬픔을 드러내지 않으며.. 오로지 사랑과 기쁨만을 표현할 것. 이미 열 넷의 나이에 그는 현숙한 아내가 되기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난 것처럼 굴었다.
그렇다보니 피아 마리아는 스스로 말로써 상처입지 않으며 타인을 말로써 상처입히지 않는다. 적어도 그의 의도는 어떤 왜곡도 없는 표면의 그대로였다. 누구에게나 상냥하며 실수에는 관용으로 응하고 동급생에게 살가운. 그러나 말이란 언제나 그렇듯 수용자에게 온전히 전해지는 편리한 매질은 아니므로, 그에게 적이 없다는 의미가 되어 주지는 않으리라.
유모의 말은 옳았다. 그러나 그 아가씨가 악덕에 물들지 않고 악의로 해를 입지 않는 이유는 훌륭한 양육 기술의 성과가 아니라, 가문의 명예가 전부인 귀부인들의 좁은 제국ㅡ살롱에서 흠을 잡을 수 없는 배경을 지닌 덕이었다. 이는 누군가 피아 마리아를 견고한 유리온실이 품은 에델바이스 한 송이에 수줍게 비유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어떠한가?
살롱보다도 좁은 소녀들의 제국에서 그는 그 나름의 요령을 빠르게 터득해내야 했다. 처음 만나는 제 또래의 어린 소녀들은 어른들과는 비할바 없이 솔직했기 때문이다. 동갑내기들 사이에서는 보다 어른스럽게, 선생님과 수녀님- 학교의 어른들 앞에서는 보다 아이처럼. 요령껏 ‘척’을 해내는 것이 저학년이던 피아 마리아가 호감을 얻는 방식이었다면 4학년을 지나며- 최고학년이 되고는 더이상 어떤 노력도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곁에는 오랜 친구이자 사랑받는 기숙사장인 파울라 에를리히를 끼고, 등 뒤에는 자신의 집안과 외가 뿐만 아닌 약혼자의 집안까지 두었으므로. 온실은 다시 견고해졌고, 앞으로도 줄곧 그래야만 할 터다.
수가 다 보이는 ‘척’을 해보이는 것은 이제는 저 나름의 애교이자 애정표현이 되었다.
✒️ 기타
[폰 카라얀]
- 오버외스터라이히 공국의 이름난 땅부자인 카라얀 백작가의 장녀로, 아래로는 두 남동생과 막내 여동생이 있다.(이름은 순서대로 빌헬름, 요하네스, 헨리에타.) 너른 목초지와 과수원, 동쪽을 향해 흐르는 도나우 강과 숲이 둘러싼 북부 오스트리아의 천혜 속에서 유년을 보낸 덕분에, 피아 마리아는 들꽃의 이름을 외며 울음소리로 산새를 구별하는 천진한 소녀로 성장했다. 그러나 동시에 어려서부터 유모와 어머니를 위시한 집안 여성들로부터 주입식 신부수업을 받아 기계적으로 ‘아가씨’의 행동양상을 학습한 상태다. 이는 자녀들을 자유분방하게 키우고자 했던 백작과 ‘황가의 전통을 본받아’ 여자아이는 완벽한 몸가짐으로 훌륭한 가문과 연을 맺는 것만이 전부라고 여긴 백작부인의 교육관이 꾸준히 충돌을 빚은 탓이다. 그 과정에서 딸에게 주어진 교육이 마냥 강압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피아 마리아는 유모의 돌봄 속에서 교리에 순종하며 부모의 가르침을 빠르게 이해하는 착한 딸아이였던 것이다.
상술하였듯 그의 어머니는 상당히 보수적인 성향으로, 일찍이 합스부르크 왕가가 내세운 혼인정책(행복한 오스트리아여, 결혼하라!)의 영향을 크게 받은 카울바흐 후작가의 셋째 딸이다. 후작에게는 우연찮게도 딸이 여섯 있었는데, 그 중 둘은 대공비, 셋은 백작부인이 되어 가문의 영향력에 이바지한 바 있다. 특히 피아의 큰이모가 되는 카울바흐 후작의 장녀는 황실과 연을 맺었다. 다시말해, 피아 마리아는 황제의 동생인 루드비히 대공의 처조카가 되는 셈이다. 내력이 이러하다보니 카라얀에 미쳐온 카울바흐의 영향력이 어떠했는지는 더 말할 필요도 없겠다.
이올레네 그리타 폰 카라얀, 그 카라얀 백작부인의 관심을 사려는 살롱의 부인들은 카라얀의 장녀를 두고 이상적인 귀부인의 자질을 타고났다는 둥 아첨하곤 했다. 물론, 부채로 입가를 가린 뒤에 떠들어대는 말들은 ‘감히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철부지’에 지나지 않는다.
[어울리지 않는 옷]
18세가 되던 올해의 봄, 외조부인 카울바흐 후작이 주선한 상대와 약혼했다. 약혼자는 독일 헤센 대공의 후계자인 프리드리히 모리츠 폰 헤센, 즉 막강한 제후국의 왕자. 근친혼이 비일비재할 정도로 대공가문끼리의 혼인이 만연한 분위기상 백작가의 딸이 대공가 후계와 약혼한 일은 상당한 시샘을 자아낸 듯하다.
[교우관계, 취미]
파울라 에를리히와, 그의 친구 무리에 종종 섞여 다과를 나눠먹으며 자수를 놓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피아 마리아는 ‘레이디’에게 요구되는 실용성은 부족하고 장식성은 넘쳐나는 모든 범주의 유사-가사노동에 열정적인 편이며, 물 흐르듯 춤을 추는 법과 양 다리를 한쪽으로 모은 채 ‘우아하게’ 말을 타는 법을 빠른 속도로 터득했다. 물론 학우들과 은밀하게 가짜 승마용 다리를 만드는 법에 대해 장난스레 속삭인 적이 없지는 않다. 그는 어려움에 처한 동급생을 돕는일에 언제나 진지한 편이며 때로는 소녀들의 장난과 일탈에도 은근한 손길을 보태곤 했다.
피아 마리아는 볕이 좋은 주일 오후, 미사를 마치고 헤드비히의 울창한 숲 너머 호숫가에 친구들과 도란도란 둘러앉아 함께 책을 읽거나 케이크를 먹거나 하는 일상을 퍽 사랑하므로, 겨울이, 뒤이어 졸업이 다가올 것에 퍽 섭섭해하는 중이다.
유별나게 좋아하는 것은 달콤한 케이크. 열 여섯의 생일에 가까이 지내던 선배로부터 산딸기 케이크를 선물받고는 손뼉을 치며 기뻐하는 모습을 동급생들이 목격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