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쓰는 말들은 꽃잎 위에 누빈 금박같아요. ”
오르숄야 헨리에테 뢰벤슈타인
Orsolya Henriette Löwe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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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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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cm / 43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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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령 오스트리아 연해국 중
이스트리아(이스트리엔) 변경백국
제 1사회
✒️ 외형
잡티 없이 투명하게 흰 이마, 진주가루를 올려도 솜털이 보송한 뺨, 눈 아래 그늘지는 숱 많은 속눈썹, 빗을 때마다 풍성하게 굽이치는 장미빛 머리칼, 희게 빛나는 프랑스산 레이스 머리쓰개, 늘 미소가 떠나지 않는 입술 오른 아래에 콕 찍힌 작은 점, 제 안에 든 속내보다는 상대의 동요를 거울처럼 비출 듯 선명하고 까만 눈동자와 끄트머리가 휜 눈매....품위 있는 신사라면 하지 않을 천박한 찬사를 보내고 싶어질 요소들로 가득하다며, 되먹지 못한 사내들이 평한 이목구비.
다만 인간은 오직 겉껍질만 존재하는 초상화가 아니므로 한시도 꺼지지 않는 유순한 미소와 정갈하고 반듯한 말씨가 어우러지는 첫만남이 끝난 뒤라면 그 모든 삿되고 위험한 예감은 완벽하게 사그라들어버리니, 돌이켜 봤을 때 당신의 기억에 남는건 그저 놀라울 정도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소녀.
쓰개를 쓰지 않았을 땐 색 때문인지 모양 때문인지 멀리서 보면 꼭 꽃봉오리 같아서, 명이 아니라 송이로 세어야 할 것 같다.
✒️ 성격
따뜻한 꽃 / 장점만 보이는 눈 / 나는 —하지 않아 / 쥴리엣 / 언니들에겐 조금 어리광쟁이
[따뜻한 꽃]
눈이 크게 휘어지는 유순한 미소, 정갈하고 온화한 말투, 조곤조곤한 목소리. 취미는 자수와 피아노 연습이고, 앞으로의 꿈은 좋은 어머니가 되는 것. 가끔 장밋빛 머리칼을 놀리거나 한다면 귀까지 새빨개져서 레이스 머리쓰개를 꾹 눌러쓰면서 새된 비명소리를 내지만, 그 때만 빼면 그야말로 모범적인 소녀다.
아이 돌보기를 좋아하고 밝은 성격의 어머니와 지나칠 정도로 자식들을 싸고 도는 다정한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언젠가 존경할만한 상대와 평온하게 꾸리게 될 행복한 가정을 자연스럽게 꿈꾼다. 응접실 커튼을 갈색으로 하면 칙칙해보여서 안된다던가, 쿠션의 술을 금색으로 했다간 며칠 뒤엔 술 없는 쿠션만 남을 거라는 우스갯소리에 진심으로 웃으며 재잘거릴 수 있다.
오르숄야를 오래 겪어온 또래들이 가장 놀라는 건 소녀의 다정함이 학습된 인내도, 노력하는 위선도 아닌, 정말로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점이다. 그녀의 곁에 있으면 기분이 편안해지고, 그녀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울다 보면 고통이 녹아 사라지는 것 같다.
[장점만 보이는 눈]
본인의 컴플렉스가 명확해서인지 유리정원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르숄야는 세상 대부분의 것을 장점으로 보는 것 같다. 누군가는 부정적으로 표현할 것 같은 수많은 기질들이 제각각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지 나름대로의 언어로 최대한 표현하곤 한다.
[나는 —하지 않아]
미인이라면 필요한 것? 잡티 없이 창백하고 흰 얼굴, 장밋빛으로 발그레한 뺨, 크고 검은 눈, 어둡고 굽슬거리는 머리칼...
생애라고 말하기에도 짧은 16년의 삶, 어느덧 이것들은 오르숄야에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되었다. 자고로 아름다움은 신의 선물, 가정에 내려주는 신의 축복. 그러므로 모름지기 유서 깊은 집안의 여주인이라면 티나게 꾸미지 않았는데도 당연하게 아름다워보여야 하는 법이다.
다행히 타고나길 풍성하고 굽슬거리는건 다행이라 아침저녁으로 잘 빗어주고 관리중이긴하지만, 하필 색이 이럴게 뭔가! 이 어두운 빨강색이라니! 아침마다 꼼꼼히 땋아 예쁘게 말고 레이스 쓰개로 보기 좋게 덮어 정리한다. 워낙 굽이치다보니 꼼꼼히 땋아 올려도 끄트머리가 남아 뺨을 간지럽히는 편.
또래들이 제 머리칼을 돋보이게 꾸밀 리본이나 구불구불하게 만들어줄 부젓가락, 향기롭지만 엉기진 않는 향유 같은 걸 찾기 위해 열중할 때, 오르숄야는 머리칼을 가려줄 머리쓰개나 아름다운 보닛을 찾아 모자 가게와 레이스 가게를 돈다.
'미인의 기준'에 맞지 않는 걸 넘어 '천박'하다는 소곤거림을 들어본 이상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다. 어두운 빨강색 머리가 왜? 입가의 점이 뭐? 이 까맣고 예쁜 눈동자를 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 아름다운 눈동자를 먼저 쳐다봐. 나는 사치스럽지 않아. 나는 음란하지 않아. 나는 천박하지 않아! 그런 이상한 말은 듣기 싫어요, 주님!
[쥴리엣]
(전략) 어머니께서 절 그렇게 부르세요. 오르숄야와 헨리에테를 줄여서 부르시는 건데, 어릴 적에 친구들과 각자 집에서 온 소포를 풀고 돌려보며 편지를 읽다가 다들 알아버렸어요. (중략) 오르숄야라는 이름은 어쩐지 동화책 속 마법사 같아서요. 헨리에테. 마음에 쏙 들어요. 어머니께서 존경하시는 증조 할머님의 이름자랍니다. 멋진 왕비님이셨대요. 써드릴게요. 헨리에테. 집안을 다스리는 사람이라는 뜻이거든요. (중략) 그래서 이름을 지어주신 할아버지를 빼면, 가족들이나 가까운 친구들은 절 쥴리엣이라고 불러요. 으음, 슐리엣은 어려워서일까?
[언니들에겐 조금 어리광쟁이]
하급생들에게는 뺨을 얼룩 없이 물들이는 법, 잘츠부르크에서 제일 고급 비단 리본을 파는 가게로 가는 길, 작은 가방을 놓아둘 예쁜 손수건 접는 법, 곤란한 부탁을 무례하지 않게 거절하는 법 등등을 상냥하게 알려주는 좋은 언니지만, 상급생들에게는 약간 어리광을 부리는 편이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언니에게 동생보단 딸처럼 귀여움받으며 자랐다보니 익숙해진 걸지도 모르겠다.
당신이 그녀와 친한 상급생이라면, 아마 당신을 발견한 순간 강아지같이 순해진 눈으로 웃으며 종종걸음으로 - 제일 빠르게 걷고 있는 거다 - 다가와 말꼬리를 끌면서 인사하는 오르숄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 기타
[가족]
- 이탈리아 왕국 롬바르디아 출신 귀족인 크리스티나 쥐세페와 오스트리아 제국의 백작인 막시밀리안 뢰벤슈타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언니 클라라(기혼)와 자신보다 어린 남동생 율리안(미혼)이 있다. 언니와 자신 사이에 있던 쌍둥이 형제들은 성홍열로 사망했다.
이스트리엔이 합스부르크 군주국의 영토 일부가 된 이후, 이스트리엔 변경백의 이름은 계속 합스부르크 사람의 왕 또는 황작위를 장식하는 리본 중 일부였다. 통치하는 변경백 없는 변경백국. 이탈리아계 사람들이 많고, 아름다운 항구도시들이 많은 이 곳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귀족은 이탈리아 왕국 귀족과 결혼한 오르숄야의 아버지, 뢰벤슈타인 백작이다.
오르슐야를 성 헤드비히 여학교에 보낸 건 전적으로 크리스티나의 의지였다. 이미 충분히 교육된 아이를 뭐하러 그 먼 여학교에서 고생을 시킨단 말이오? 애걸복걸하는 막시밀리안을 단번에 걷어찬 건 크리스티나의 일갈이었다. "어차피 쥴리엣도 나이 차고 혼담이 정해지는대로 결혼할테고, 애가 애를 낳게 될 일 아닌가요? 클라라 때를 기억해 보세요. 나이 먹으면 아들손자만 끼고 살 건가요?"
[좋아하는 것]
- 자수 놓기, 피아노 치기, 한밤중에 친구들과 몰래 차 마시면서 무서운 이야기 하기 - 놀랍게도, 그녀의 가장 큰 일탈은 으시시한 일화나 무서운 살해사건이 수록된 신문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듣고 읽는 것이다. -, 시 읽기, 마음에 드는 음악가 몰래 후원하기, 새 기르기, 효과 좋은 화장수 만들어 서로 나누기
[잘 모르는 것]
- 새로운 사상, 격변하는 정세, 세상이 새롭게 요구하는 여성의 정의
[싫어하는 것]
- 이상한 소리를 하는 여자, 이상한 말을 하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