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짝이는 건 전부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야, 그렇지요? ”
나쟈 몰리 쾨니히
Nadja Mollie Kön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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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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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cm / 5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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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제국령 잘츠부르크 공국
제 1 사회
Dorothea and Francesca. 1898. Cecilia Beaux
✒️ 외형
잘 익은 무화과 속살과도 같이 진한 다홍빛의 머리칼은 풍성하게 곡선을 그리며 날개뼈 아래까지 자라 있습니다. 이곳에서 그녀가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꾸밈은 아마도 머리 장식 정도겠지요. 매번 새로운 장신구나 천 따위로 머리카락을 요래조래 묶거나 꾸밉니다. 하지만 절대, 머리를 풀고 다니지 않습니다. 짙은 청록색의 눈동자는 언제고 상대를 바라보고 있네요. 문득 시선을 돌리면 언제고 그 두 눈을 마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발그레한 볼살이나 앙 다문 입술 또한 보이겠군요. 나쟈는 활발한 성격과는 다르게 피부가 금새 벌겋게 익어버리고 마니까요. 그래서 햇빛을 피해 그늘로 도망다니고는 하죠.
✒️ 성격
솔직한 / 망설이지 않는 / 말괄량이 / 까마귀
직설적이고 숨김이 없습니다. 생각한 것은 입으로 내야만 하고 거짓말을 못합니다. 감정을 조절하는 게 힘이 들어 보이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하면 짜증을 냅니다.
낮보다는 밤을 더 좋아합니다. 그 때문에 늘 파울라에게 아양 아닌 어리광을 부리곤 하죠. 밤 산책을 한 번만 더 눈감아 달라고 말이에요. 혹은 아버지가 소포로 보내주신 쿠키를 먹고 싶었는지도 모르죠.
제 것에 대한 집착이나 욕심이 엄청납니다. 남한테 제 것을 나눠주지도 않으면서 남의 것을 탐내곤 합니다. 반짝이는 건 특히나 더 좋아합니다. 반짝거리는 모든 것에 약해지고 마는 게 여인의 운명 아니겠어요?
✒️ 기타
- 나쟈의 아버지는 발 빠른 사람입니다. 잘츠부르크 공국 내에서는 가장 빠를지도 모르죠. 대대로 그의 집안은 자고 나란 곳에서 가장 필요한 무언가를 외부로부터 사들이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가령 가스등이라든가 전화기라든가 말이죠. 부는 저절로 따라왔습니다. 때문에 사돈인 쾨니히 가문을 만날 수 있었던 거겠죠. 남자는 고민하지 않고 귀족의 집안으로 제 발을 들이밀었습니다. 데릴사위라는 이름으로요.
그들은 빠르고 원활하게 돈과 명예를 한 번에 거머쥐는 법을 찾았습니다. 쇠락해 가지만 명색의 귀족이란 체면과, 굴려온 몫으로 덩치를 불려가는 부를 함께 말이죠. 비록 남자로서의 체면은 지키지 못했지만 무슨 상관이겠어요. 끄트머리로 들어와도 안에 섞여 들어가면 무늬는 같은 귀족인 것을요. 여자는 재잘대며 저에게 잘 보이려 재롱피우는 남자가 퍽 귀여웠고, 남자는 저를 느긋하게 바라봐주는 여자가 굉장히 고품적이라고 느꼈으니 이야 말로 천생연분 아니겠어요.
- 그런 부모님 밑에서 난 유일한 딸에게는 햇빛 알러지가 있습니다. 타고나길 더위에 약했고 옷을 덧대어 입을수록 두드러기가 났죠. 때문에 오래 달리지도 못하고 피크닉 한 번 제대로 즐겨본 적이 없습니다. 알러지에 관한 연구가 잘츠부르크 내에서 얼마나 진보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약이 너무 독하여 몸이 퉁퉁 불어버렸고요. 그래서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그고 안전한 집 안에서만 자랐습니다. 부모님은 안타까웠던 것이죠. 바깥 세상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딸을 학교에 진학시켰습니다. 처음엔 좋았습니다. 선배님들이 말을 타는 모습도 너무나 동경스러웠고 부러웠으니까요.
하지만 늘 집 안에서 혼자 있었던 탓인지 남과 잘 섞이는 법을 몰랐습니다. 그녀는 너무 직설적이었고 거리낌이 없었으니까요. 두드러기가 난 자리가 너무 간지러워 예배드리는 시간에도 팔뚝을 벅벅 긁으며 대놓고 짜증을 냈습니다. 때문에 사감수녀님이나 교사들에겐 다루기 힘든 아이로 낙인이 찍혔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