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네, 저를 말씀하셨군요. ”
이졸다 라스카리나 로데니체
Izolda Laskarina Loděn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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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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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cm / 51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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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제국령 슈타이어마르크 공국
제 1사회
✒️ 외형
잿빛 머리카락은 허리까지 내려오는데, 낮 시간에는 깔끔하게 말아 올려 모두 목 위로 붙인다.
자세는 적당히 곧고, 그러나 체력이 모자라 빨리 지치는 편이라 일과가 많은 날 오후쯤에는 어중간한 몸가짐으로 구석에 늘어져 있다.
그 나이대 소녀의 생명력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거뭇해졌을 눈가, 단정하긴 하지만 별다른 매력을 느낄 수 없는 눈꺼풀이 조용히 내리깔려 정면으로 시선을 마주하기를 피한다. 갈등을 피하고, 타인에게는 배려로 대하고 싶은 그 눈은 스쳐 지나가는 은근한 눈빛으로만 종종 관찰할 수 있는데, 은색 안경테 너머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그 눈동자도 회청빛이다.
혹자는 그 기운 없는 고요함을 낙엽이 다 떨어진 늦가을 풍경에 비하겠지만 실상 그녀의 덕목은 그 어떤 사람들의 무리, 어떤 계절을 배경으로 하는 기록화 속에 가져다 놓아도 아무렇지 않게 녹아들고 말 군중 속의 이름 없음이다.
✒️ 성격
눈에 띄지 않는 / 예절을 잘 지키는 / 이론적인
그녀의 평정은 말씨와 태도에서도 확고히 드러난다. 차분하게 가라앉았으나 차분함이 인상적이지도 않은 목소리. 여성에게 흔히 요구되듯이 상냥하지만, 마음에서 우러나는 다정이 느껴져 우정으로 발전하고 싶은 기쁨이 느껴지지는 않는 태도.
마치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존재를 잊히게 하는 것이 덕목인 사용인처럼, 때로 사교나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자신을 드러낼 줄 알아야 하는 상류 계급의 숙녀로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질 만큼 그녀는 너무나 무난하게 특징이 없었다.
모나지 않으며, 다수의 행동과 동일한 노선을 취해 자신을 감추는 데 황금률로 참고할 조항이야말로 통용되는 예절이다. 그러므로 그녀는 대화가 필요한 자리에서 말을 아끼지 않았고 손님을 초대한다고 하면 호스트 역할 또한 무리 없이 해냈다. 교사들도 이구동성으로 이졸다에 대해 '열심히는 하는 학생' 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어디에서든 중간치는 가는 셈이다.
그러나 예절은 때로 결정적인 마음의 교류, 관계가 깊어지는 순간을 가로막는다. 대담무쌍한 장난이든 사소한 일탈의 경험에서 맺어진 동지애든, 또는 밤새 이불 속에서 숨을 죽이고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는 기억이든 격식을 지켜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친애에 그녀는 언제나 한 발 물러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어떤 가정이 있고 그것에 논리적으로 결함이 없다면 곧 사실인 것처럼 여겼다. 도서는 지혜의 보고였고 외국어조차 문법 이론서를 가진 채 공부할 때와 아닐 때 성적이 달랐다. 물론 그녀가 지나치게 책에만 몰입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왜냐하면 사람을 마주하고 있어도 이론을 바탕으로 하는 논변에서는 무척 뛰어난 성과를 보였으므로, 그러나 체질적으로 직감이나 몸을 사용해야 하는 과목들에는 약했다. 승마, 미술, 음악, 무용, 심지어는 티 스푼을 드는 동작도 '흠잡을 데는 없지만 우아하지를 못해서' 지적을 받았으니.
선생님은 고민하다 이졸다에게 다른 친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연습해 보라고 조언했지만 그녀에게 그럴 만한 교우 관계가 있는지는 의문인 일이다. 이졸다는 지도에 감사드리며, 오는 휴일에는 친구들과 소풍을 나가 보겠다고 대답했다.
✒️ 기타
- 무척 어릴 때 일가는 아직 가문 소유의 성에 살고 있었다. 관리를 할 고용인을 충분히 두지 못해 집안은 사용하는 몇몇 공간을 제외하고는 무서울 정도로 썰렁하고 밤이면 귀신이 우는 것 같은 바람 소리가 끊임없이 나던 기억이 있다.
- 부친이 시스라이타니아의 일명 '세속' 으로 나올 결심을 한 것 또한 그런 이졸다의 무척 어릴 때. 백일몽처럼 드문드문 떠오르는 숲 속 차가운 성의 인상을 제외하면, 전후가 명확한 대부분 성장기의 기억은 그라츠의 시내와 그 가운데 자리잡은 본가에서 있던 것이다.
- 몇백 년도 더 전에는 백작위를 받고 일대를 통치하던, 명실상부한 영주였다고 하는데 왕조가 바뀌고 알력이 오가는 사이 그 언제부터 명성이 사라졌는지 모를 일이다. 제 1사회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지금은 세간에 떠도는 언급보다 역사책에 이름이 등장하는 횟수가 더 많을지 모르나 이졸다는 지난 영광을 찾아 책을 뒤지는 취미도 그런 평판에 집착할 마음도 없었다.
- 실제로 이졸다의 아버지는 가문을 다시 부흥시켰는데, 유산의 과감한 정리와 신흥 인사들과의 사교, 때를 맞추어 철도 등 기간 산업에 투자한 것이 좋은 성과를 내어 전통적인 귀족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어도 이졸다는 제법 부유하고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 그런 집안에 날벼락처럼 떨어진 불행이야말로 이졸다보다 십 삼 년이 앞서 태어난 로데니체의 장남이다.
- 대학 시절부터 모범적인 교우관계보다는 가십을 따라다니는 데 열중하던 그는, 가문을 물려받고는 낭비벽과 행정 소송으로 가산을 탕진했다. 또 인심을 쓰는 척 하는 것은 좋아해서 친우를 자칭하는 사기꾼들의 투자 권유에 넘어가는 일이 다반사여서 집안 형편은 악화일로를 걸었는데, 집에 잘 붙어 있지도 않던 그의 사망 소식이 프라하로부터 들려온 것이 육 년 전이다.
- 부친은 급히 영국에 유학을 가 있던 이졸다의 둘째 오라비를 불러들였는데, 그는 석 달간 편지에 답이 없다가 뜬금없는 결혼 소식을 전했다. 그 곳에서 만난 노동 계급의 여자와 정착하겠다는 이야기였다.
- 이졸다의 가정이 기나긴 침체에 빠져든 것은 이 시기부터의 일이다. 소파 곁에서 난로가 따뜻하게 타고, 유리에 반사되는 주황색의 화려한 불빛과 모여든 손님들의 잔 부딪치는 소리들로 기억되는 유년에 이어, 같은 집이지만 춥고 어둡고, 때로 모욕적이었던 청소년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 저 멀리, 트라브니크에서 호텔을 운영하던 어머니의 사촌이 몇 년 만에 안부를 묻다가 소식을 나누게 되어, 이졸다의 후원 의사를 밝혔다. 그녀가 '좋은 결혼' 을 하여 집안을 이어나갈 수 있는 숙녀가 되기를 바란다고 하면서.